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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쿠리’ 개선정신이 일본 제조기술 원동력

이남은 2018. 12. 1. 00:30

*‘카라쿠리’ 개선정신이 일본 제조기술 원동력

일본에 카라쿠리 인형이라는 것이 있다. 태엽을 감아주면 스스로 움직이며 찻잔을 나르고 차를 따라주거나 붓에 먹물을 찍어 글자를 쓴다. 

카라쿠리 인형의 역사는 1511년 스페인 왕실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선물한 시계에서 출발한다. 태엽으로 수많은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움직이는 기계에 감탄한 일본 막부는 장인들에게 시계를 복제하도록 주문했다.

서양의 첨단기술을 처음 접한 장인들은 태엽을 만들 수 있는 제강기술이 없어 고래수염에 아교를 발라 태엽을 대신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복제 시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쌓인 장인의 기술이 전통인형과 합쳐져 다양한 카라쿠리 인형이 만들 어졌다. 

카라쿠리 인형의 백미는 단연 ‘궁예동자’라 불리는 활 쏘는 인형이다. 태엽을 감아주면 인형이 스스로 화살을 집어 활시위에 걸고 과녁을 향해 쏜다. 시위를 당길 때는 얼굴을 활 가까이 붙여 과녁을 겨누고, 화살을 쏜 뒤에는 고개를 들어 과녁을 바라보는 동작까지 정교하다. 모두 4발의 화살을 쏘는데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한 발은 빗나가도록 만들었다. 수백 개 톱니바퀴를 연결해 궁예동자의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정밀기계공학이 바탕이다. 궁예동자를 만든 금속 세공업자는 태양과 지구의 움직임, 절기와 날짜, 요일까지 확인 가능한 ‘만년자동시계’를 만들었다. 이 금속 세공업자가 훗날 도시바를 창업한 다나카 히사시게(田中久重)다. 

지난 10월 말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카라쿠리 개선 전시회에 다녀왔다. 매년 열리는 이 전시회는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카라쿠리 기술을 활용한 우수한 개선 사례를 한곳에 모은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개선 기술을 일본의 모든 제조 현장에 확산시키려는 취지로 열린다. 

일본 기업은 카라쿠리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간이 자동화 실현 능력이 스마트 공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제조강국 입지를 강화하는 토대라며 중요시 여긴다. 23회째를 맞는 올해는 토요타, 미쓰비시, 닛산, 혼다 등 약 50여개 업체가 400여가지 개선 사례를 전시했다. 쇠구슬 낙하를 이용한 타이머 기능으로 적기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장치, 무거운 물건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도록 물건의 자체 무게와 추를 활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리프트, 간단한 핸들 조작만으로 품질 검사 내용에 따라 필요한 검사 도구를 선별하도록 만든 장치 등 다양한 사례가 넘쳐났다. 

현장 직원이 안전모까지 쓰고 나와 개선 사례를 열심히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선 기술과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귀 기울이고 메모하는 수많은 참관객은 제조강국 일본의 모습 그 자체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경쟁 환경 속에 스마트공장 구축이 제조업 경쟁력 핵심으로 떠올랐다. 스마트 공장의 핵심은 다양한 지식과 스마트 기술을 이해하고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좀 더 나은(smater) 제조 현장을 추구해나가는 개선 과정 자체가 스마트 공장의 완성된 모습이다. 

“우리는 유연한 공장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지금의 작은 변화가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전시회 관람 후 방문한 토요타 자동차 공장 입구에 쓰여 있는 슬로건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매일경제 11월 26일자)

소견)카라쿠리 기술을 제조 현장에 접목한 개선활동을 ‘카라쿠리 개선’이라 한다. 우리말로는 ‘간이 자동화’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 돈 들이지 않고 제조 현장 낭비를 제거하는 일로 정의되는 것을 우리나라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