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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 스웨덴, 서점에서 지갑 연다

이남은 2020. 2. 20. 00:10

얼마 전 찾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공상과학(SF) 전문 서점 'SF 보크한델른(책방)'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1층엔 포켓몬·해리포터·스타워즈 등 글로벌한 캐릭터 관련 도서들이 진열됐고 2층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상품들이 놓였다. 마니아적 성격이 강한 독립 서점이었지만, 스웨덴 시민들은 한 권에 3만5000원쯤 되는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스웨덴은 명실공히 세계 제1의 독서 국가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자료를 보면 스웨덴의 연평균 독서율은 90%(한국 73%)로 세계 1위다. 15세 이상 국민 10명 중 9명이 1년에 책 1권씩은 읽는다는 이야기다. 반면 한국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12.8권(2011년)→11.2권(2013년)→9.3권(2015년)→9.5권(2017년) →7.3권(2019년). 우리나라 13세 이상 국민이 1년간 읽은 책의 숫자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올해면 10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갈지도 모른다. 등단 시인인 나에겐 아픈 현실이다. 책 많이 읽는 스웨덴은 한국과 무엇이 다를까.

이렇게 책과 친해진 스웨덴 사람들은 서점에 가서 지갑을 연다. 스톡홀름 시내를 걷다 보면 심심찮게 보이는 게 독립 서점과 헌책방이다. 한국과는 다른 풍경이다. 시집·소설집 위주로 배치한 서점부터 영어 책 전문 서점, SF 전문 서점 등 다양한 변주가 존재한다. 이런 서점들에선 베스트셀러와 함께 '주인장 추천 책'을 따로 전시해 놓는다. 위스키 바에서 바텐더와 취향을 공유하듯, 책방 주인과 책 취향을 나누는 즐거움이 존재하는 것이다.

영어 서적 전문 서점 '잉글리시 북숍' 주인인 톰 헨리는 나를 시인이라고 소개하자 "다음 100년에도 세상에 문학으로 채워야 할 공간이 많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웃었다. 디지털 기기로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는 시대라지만, 스웨덴만큼은 문학과 책이 삶의 중요한 한 조각을 차지하는 곳으로 꽤 오래 남아 있으리란 희망이 보였다.

(조선일보 2월 17일 내용 일부)

소견)스웨덴 시민들은 한 권에 3만5000원쯤 되는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음, 다음 100년에도 세상에 문학으로 채워야 할 공간이 많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도서관 문화, 너무 부럽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문화, 지적 수준 향상에 변화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