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바라보는 현대차


2011년 2월. 금호타이어 중국 톈진 공장에 중국 관영방송 CCTV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CCTV는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재활용 고무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지 묻더니, 불법이 아니라는 회사 측 해명을 듣고는 전화를 끊었다. 

문제는 그 뒤부터 시작됐다. 한 달 뒤인 3월 15일 CCTV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인 ‘3∙15 완후이(晚会)’에 금호타이어 톈진 공장이 원가 절감을 위해 재활용 고무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3∙15 완후이는 주로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 결국 금호타이어 중국법인장이 여론에 밀려 TV에 나와 직접 사과를 하고, 30만개 이상의 타이어를 리콜했다. 하지만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금호타이어 장착을 꺼리면서 2007년부터 줄곧 중국 시장 1위였던 금호타이어는 그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금호타이어의 비극은 중국 특유의 극단적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과도하게 분출됐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반감과 특유의 민족주의, 애국심 등이 함께 모여 불매운동으로 확산된 것이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도 비슷하다. 롯데는 이 때문에 결국 철수를 선택했고, 현대차는 중국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의 사례처럼 한번 빠진 중국 시장 점유율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실제 표면상으로는 사드보복 문제가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차의 점유율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때 4~5위 수준이었던 현대차 점유율은 이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 들어서 판매량은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내셔널리즘을 극복하고 시장 점유율이 회복된 사례도 있다. 2012년 9월 일본이 센카쿠 국유화를 선언하자 중국은 일본 기업 제품에 대해 전방위 불매운동을 벌였다. 당시 일본자동차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한 달 만에 판매량의 50%가 감소했다. 이후 불매 운동이 점차 잦아 들자, 일본차 업체들은 중국 대리상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중국 전용 모델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점유율을 회복했다.

그러나 2012년 당시에는 일본 자동차 업체의 기술력이 중국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정치 문제와 무관하게 일본차를 선택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중국 로컬브랜드의 기술력이 높아져 중국 소비자들이 굳이 한국차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 중국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약한 부분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로컬브랜드들은 이미 전체 SUV 판매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급성장하는 전기차 구매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점도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57만8000대로 전년 대비 72% 늘어났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시장 판매량이 급감하자 사드보복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사드보복 이전부터 독일, 일본차와 경쟁에서 밀려 현대차의 점유율은 하락세였다.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에서 독일차나 일본차보다 떨어지고, 저가차량 시장에선 품질면에서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중국차에게 점유율을 내줬다. 

물론 현대차가 이번에는 중국 전략차종 출시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운 좋게 점유율을 회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는 매번 그렇듯 이번에도 좋지 못하다. 최근 이슈가 되는 북핵 문제나,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또다시 한국에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 

(조선비즈 4월 2일자)

소견)중국시장 비중을 당장 줄이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중국시장에 올인하는 듯한 행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제2의 사드 보복이 발생할 경우 현대차는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하면 두 번째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아닐수 없습니다.




by 이남은 2018. 4. 7.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