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글 써서 번 돈, 200여권 저작권도 모두 기부”  


“결혼한 지 50년이 넘었지만 생전에 본 모습은 책상에 앉아 있는 것밖에 없어요. 목숨 걸고 글을 쓰는 사람 같았어요.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이 읽는 것과 쓰는 일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입니다. 문학으로 글을 써서 번 돈을 제가 살아 있는 동안 쓸 수가 없어요. 김윤식의 모든 유형, 무형의 자산은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지난해 10월 별세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부인 가정혜씨(80)가 말했다. 지난 21일 밤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가씨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지만, 남편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은 또렷했다. 

가씨는 지난 15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약정식을 맺고 김 교수의 유산 3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한평생 문학으로 번 돈을 문학으로 돌려준다’는 의미로 사실상 연금과 집을 제외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김 교수가 남긴 200여권에 달하는 책의 저작권 역시 기부한다.

가씨는 “남편이 생전에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본인의 이름을 딴 상이나 재단을 만드는 것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며 “갑자기 증세가 나빠져 본인의 뜻을 물을 수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 고려 끝에 국립한국문학관이 생긴다고 해서 그곳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부금은 ‘김윤식기금’으로 조성돼 근대문학 연구에 쓰일 예정이다. 가씨는 “이 사람이 마지막까지 매달린 부분이 근대라는 개념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문학의 근대 정신은 어떤 것들인가에 오랫동안 천착했다. 그래서 1900~1950년대 한국근대문학 연구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조건으로 기부했다”고 말했다. 

법적인 기부 방법, 절차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도왔다. 그는 학부 시절 김 교수의 조교였으며, 생전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가씨는 “어떤 방법으로 기증하면 좋은가에 대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김 전 대법관이 상담역이 돼서 도와주었다”고 전했다. 

김 교수가 남긴 책들은 집안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씨는 이 책과 자료들을 직접 정리해 이 또한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남편이 문단에 있었던 게 60년이에요. 서울과 지방의 온갖 도서관 및 신문사를 뒤져서 작가들이 썼던 자료들을 모았어요. 남편이 손으로 쓴 원고들은 분량이 굉장히 많아요. 모든 기초 자료들을 문학관에 직접 줄 예정입니다.”

그에게 건강이 어떠냐고 물었다. “제가 건강이 안 좋아서 남편보다 먼저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남편을 보니 죽음은 순간적으로 오더라고요. 저는 살 집과 연금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경향신문 3월 24일자)

소견)지난해 10월 별세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내 가정혜씨는 유산 30억원을 건립 예정인 국립한국문학관에 기부했다.‘한 평생 문학으로 번 돈을 문학으로 돌려준다’는 의미로 사실상 연금과 집을 제외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김 교수가 남긴 200여권에 달하는 책의 저작권 역시 기부한다.아내분도 정말 훌륭하십니다.




by 이남은 2019. 3. 29.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