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힘든가요? 여기 순희씨 얘기 좀 들어보세요


'스카프 장사의 신(神)' 이순희(70)씨는 가난한 집 오 남매 중 장녀였다. 열세 살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봉제 공장, 빵 공장, 니트 공장, 식모살이…. 팔자를 원망했다. 결혼해 주부로 평범하게 살던 그녀에게 또 시련이 닥쳤다. 남편 사업이 연거푸 부도난 것이다. 순희씨는 실의에 빠진 남편을 잡아끌고 1984년 서울 동대문시장으로 들어갔다. 500만원 빚을 내 인수한 '수미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 밑바닥에서 순희씨는 인생을 고쳤다. 스카프를 팔아 강남에 빌딩을 샀다. 부자의 성공담은 흔히 여기서 멈춘다. 그녀는 달랐다. 평생의 콤플렉스(초졸 학력)와 싸우기 시작했다. 예순세 살, 남들은 은퇴하고 관광버스에 오를 나이였다. 순희씨는 중졸·고졸 검정고시를 1년 만에 통과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지난해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올봄엔 '나는 동대문시장에서 장사의 모든 것을 배웠다'는 책까지 펴냈다. 

"하루 웃고 하루 우는 날의 연속이었어요. 1년쯤 지나니 보세 의류를 보는 눈이 생겼죠. 수출하고 남은 원단을 싸게 사 옷으로 가공해 팔면 이문이 50% 이상 남았어요. 장사는 '총성 없는 전쟁'이고 신용이 곧 돈입니다. 손님과의 약속은 손해를 보더라도 지켰어요. 옆 가게들을 인수해 창고로 썼고 1993년부턴 스카프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회전이 빠르고, 싼 물건이라 반품이 없었어요. 제겐 백화점이 학교였습니다. 매주 둘러보며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고 원단 시장으로 직행했어요."

―IMF 땐 폐업 직전까지 갔다고요?

"대출이 10억원에 가까웠는데 동대문시장은 손님이 끊겨 개시도 못 할 지경이었어요. 돈 있는 사람들은 백화점에서 멀쩡히 소비를 하더라고요.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이탈리아 스카프 한 장을 발견했어요. 저 디자인과 파스텔 색조라면 승산이 있겠다, 확신이 섰습니다."

부부는 이탈리아로 들어가 스카프의 디자인과 색깔을 직접 선택했다. 서울 백화점에 풀어놓는 순간 대박이 났다. 매대 하나에서 하루 600만~700만원 매상을 거뒀다. 순희씨는 그때부터 '스카프 장사의 신'으로 불렸다.

"서러움 때문인지 공부에 대한 열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수학은 루트, 포물선, 함수, 유리수… 저게 뭐지? 첫 시간부터 동경이 확 깨져버렸지요. 두 사위 얼굴이 떠오르는 거예요. 사위들은 내 학력을 몰랐는데 왜 이걸 한다 했을까. 차라리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하자. 아침부터 붙잡은 수학 문제를 밤 11시에야 풀었을 때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처럼 환호성을 질렀어요. 고졸 검정고시 합격하고 실컷 울었습니다. 세상을 어두컴컴하게 봤는데 그날부턴 밝아 보였어요(웃음)."

―석사 학위 받고 외래 교수로 강의도 한다지요. 책은 왜 출간했나요?
--'장사처럼 쉬운 건 없다'고 썼더군요.

"장사 잘되느냐, 물으면 대부분 얼굴 찡그리며 '안된다'고 해요. 저는 정반대예요. '언제나 잘되는 것처럼 행동하라'가 철칙이에요. 그래야 호감을 갖고 '와, 저 가게는 잘되는구나', 그 말이 한 집 건너가면 '장사해서 부자 됐대'로 바뀝니다. 장사가 안돼 속이 타더라도 징징거릴 필요 없어요. 잘된다고 해야 듣는 사람도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웃어야 복이 옵니다."

(조선비즈 5월 12일 내용 일부)

소견)장사의 모든 것을 들려 드리고 싶었어요. 장사는 운으로 하는 게 아녜요. 끈기를 갖고 노력하는 사람에겐 돈이 따라옵니다.스카프 장사의 신 다운 말씀이십니다.


by 이남은 2018. 5. 16.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