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직 변화를 원한다면 '당근과 채찍'보다 부작용 덜한 OO에 주목하라
신임 CEO는 불타는 의욕을 가지고 혁신활동을 추진한다. 회사 구석 구석 요란한 플래카드와 포스터가 내걸리고 각종 혁신구호가 떠들썩하게 들려온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며 조직 내에 위기의식을 심어주고 직원들을 긴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시작한 혁신활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되고 만다. 임직원들의 관심도 떨어지고 혁신활동은 의례적인 행사 정도로만 여겨진다. 겉으로는 혁신활동에 열심히 동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소나기가 지나가기 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반 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거 아직도 해?"라는 소리가 나온다.
용두사미로 끝나고 마는 기업의 혁신활동
변화나 혁신은 조직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이지만 조직 구성원들의 참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은 변화를 거부하도록 되어 있다. 과거 원시시대에 힘센 포식자들과 위험한 주변환경으로부터 자기 자신과 무리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은 가급적이면 검증된 행동을 따랐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했고 낯선 사람과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뇌 속의 감정센터인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두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증가하며 경계모드가 발동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변화는 본능적으로 불편하고 거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알버트 바라바시(Albert Barabasi) 박사팀은 5만 명의 휴대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3개월 간에 걸쳐 각 개인의 이동 경로를 산출하고, 그로부터 무질서의 정도를 계산하였다. 그 결과 어떤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을지 모를 때 평균 2곳 정도만 뒤지면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얼마나 정확하게 사람의 이동패턴을 맞힐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한 정도를 계산한 결과, 93%라는 수치가 산출되었다고 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아 맞출 확률이 93%나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활 패턴이 불규칙한 사람이라 해도 80%를 밑도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에 나타나듯, 인간의 삶은 대체적으로 정형화된 패턴을 따르게 된다. 신경과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의 행동은 80% 이상이 평소 습관을 따른다고 한다.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 9명 가운데 단 1명만이 기존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쳤다고 하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이것만 보아도 변화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기업에서의 변화와 혁신은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최적의 방법은 공감
그렇다면 변화와 혁신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요즘과 같은 기업환경에서 변화와 혁신을 포기하고 현재 상황에 안주한다면 기업의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 것이다. 요즘의 기업환경은 루이스 캐럴의 소설에 나오는 ‘거울 나라’와 다를 바 없다. 한 기업이 움직이면 다른 기업도 그만큼의 속도로 따라 움직인다. 이런 환경에서 홀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러닝머신 위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변화가 필요한 경우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변화에 대한 공감이다. 변화는 인간의 두뇌에 위협감을 조성하지만 호감상태를 느끼게 된다면 위협감이 줄어들면서 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상태가 된다.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동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많은 조직에서 당근과 채찍을 활용하지만 두뇌 측면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당근은 도파민의 분비로 순간적인 쾌감을 느끼게 해줄 수 있지만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채찍은 위협을 느끼게 함으로써 원하는 목적으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다. 반면 리더가 변화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직원들과 공감을 이루면 당근과 채찍 없이도 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공감은 리더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공감이란 ‘타인의 사고나 감정을 자신의 내부로 옮겨 넣어 동질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는 인간의 뇌 속에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에 진행된 한 실험은 인간의 공감능력을 잘 설명해준다. 한 쌍의 연인들을 모집한 후 여성은 MRI 기계에 들어가고 남성은 그 옆에 앉게 하였다. 남녀의 손가락에 전기충격장치를 부착한 후 남성과 여성에게 번갈아 가며 전기충격을 가하고 그 때의 뇌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fMRI)장치를 이용하여 촬영하였다. 먼저 남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자 그들은 괴로운 모습을 보였다. 거울을 통해 그 장면을 바라보던 여성들의 뇌섬엽과 전대상피질이 활성화되었다. 이번에는 여성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하였는데 역시 뇌섬엽과 전대상피질이 반응을 나타냈다. 남성과 여성에게 번갈아 전기충격을 가했지만 그 결과는 똑같았다. 이러한 두뇌의 영역들이 상대방의 행동을 보면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신의 감정에 반응을 나타내도록 거울뉴런을 구성하는 것이다.
거울뉴런이 있음으로 해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헤아릴 수 있는 공감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을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즉 공감하는 인간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공감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게 만들어주는 가장 커다란 특징 중 하나인 것이다.
공감은 이해관계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수단
공감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가 있다. 우선 고객과의 공감은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 시장을 확대하거나 기존 고객의 충성심을 높여 시장지배를 확고하게 만들어준다. 할리데이비슨은 고객과의 공감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고객들이 사용하는 은어를 사용하고 본사 주차장에 오토바이만 주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과 공감하고 일체감을 느끼려고 노력하며 이는 굳건한 고객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고객과의 공감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소비자들은 종종 자신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구를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니즈 조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들과의 공감을 이루게 되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잠재된 욕구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유투브나 페이스북, 애플의 스마트폰 등이 모두 그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주나 투자자, 혹은 외부 협력집단과의 공감은 회사의 정책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이끌어내고 기업운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며 기업의 가치를 높여준다. 구글이나 아마존, 시스코 등의 기업의 시장가치가 장부가치보다 높은 이유는 주주나 투자자들이 기업의 정책방향에 공감하고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고객 혹은 외부 파트너들과의 공감을 이루는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쓰면서도 기업 내부에서의 공감 형성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데, 변화의 시작은 기업 내부의 조직구성원들과의 공감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경영층과 직원들 간의 공감은 상하 간의 신뢰를 높여주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며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충성심이 강해지도록 만들어준다. 회사와 나를 분리된 존재로 여기지 않고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고 여기는 일체감이 높아지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회사 정책과 전략에 대한 자발적 참여로 이어진다. 조직구성원 간의 공감은 사회적 호르몬이라고 하는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과 만족감을 높여주고 이는 팀웍의 향상과 집단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감능력이 없는 리더는 성공할 수 없다
공감은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리더는 공감의 힘을 잘 활용하여야 한다. 공감을 이루기 위해 당연히 리더는 직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목적이 충분히 전달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의 거울뉴런을 자극하고 그로부터 공감을 얻어내려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렇게 경영진이나 리더가 조직구성원들과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진심을 담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보리스 그로이스버그(Boris Groysberg) 교수는 ‘직접소통’을 통해 조직구성원들에게 진전성을 전달하는 것이 서로 간에 공감능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만약에 리더가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직원들의 뇌 속에 있는 거울뉴런은 그 사실까지 알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변화 내용에 대한 진심이 담긴 소통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직원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직원들도 그 진심을 느끼고 리더의 생각과 정책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리더의 의도가 직원들 사이에 공감되고 하나 둘씩 ‘공감된 세포’들이 늘어나게 되면 조직 내의 ‘전염효과’에 의해 긍정적인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다시 조직 외부의 다른 동료들이나 고객, 주주, 투자자들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져 변화의 선순환을 만들어낼 것이다.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의 주장대로 감성적인 능력이 없는 리더는 성공할 수 없다.
(인터비즈 12월 7일자)
소견)공감은 기업경영에 필요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리더는 공감의 힘을 잘 활용하여야 한다. 공감을 이루기 위해 당연히 리더는 직원들과 활발한 소통을 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목적이 충분히 전달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오랜 시간을 가지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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