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일자리 거들떠도 안 보니… 어쩔 수 없이 자동화합니다"


지난 20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특수금속 절삭·가공업체 D사. 992㎡(약 300평) 공장에선 사람 양팔 너비만 한 절삭(切削)기 두 대가 굉음을 내며 스테인리스강 기둥을 깎고 있었다. 측량부터 절삭까지 모두 기계가 알아서 해주는 완전 자동이다.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공장 직원은 옆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 공장은 2년 전 이 설비 도입 이후 10명이었던 현장 생산 인력을 6명으로 줄였다. 이 회사는 올 1월 일본에서 대당 5억원짜리 이 기계 2대를 추가 주문해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사의 이모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한 조치"라며 "자동화 기계를 도입해 공장 직원을 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가 대체하는 중소기업의 일자리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계량기 제조업체는 올해 신규 채용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직원 수가 290여 명인데 300명을 넘기면 오는 7월부터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300인 미만 업체는 2020년 1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이 업체의 신모 대표는 "공장 자동화 설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그 전까지는 300인 미만을 유지해 현행 근로시간(68시간)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인들이 추가 채용보다 공장 자동화에 나서는 것은 중소기업계의 고질적인 구인난도 주요 원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월 발간한 중소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의 60.3%가 경영의 최대 애로사항으로 취업 지원자가 없는 것을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작되면 현장에서는 기존 부족분 10만여명을 포함해 44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에 있는 3만3060㎡(약 1만 평) 규모의 B 주물공장은 10년간 공장 자동화를 추진해 350명 직원을 190명까지 줄였다. 자동화 기계를 들여놓는 데에만 1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었다. 이 업체는 자동차와 냉장고용 주물을 생산해 월 4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아무리 자동화를 고도화해도 190명은 최소 인력"이라며 "3교대를 하려면 40~50명이 더 필요한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도 줄어드는 마당에 사람들이 오겠느냐"고 말했다.

(조선비즈 3월 22일 내용 일부)

소견)현재 주당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중소 제조업체들이 공장 자동화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채용을 늘리는 대신 자동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완전히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뽀족한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by 이남은 2018. 3. 24. 00:30

*이젠 멀리 가야 하기에 같이 가야 한다  


월요일 아침 회사 주차장 쪽으로 향하던 나는 순간 마음이 얼어붙었다. 지난주까지도 유인 주차요금 정산 부스가 있었는데 주말 깜짝 공사로 무인 자동 개폐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일자리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후일 건물관리인을 통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이참에 자동화 기계를 도입했다는 불편한 설명을 들었다. 얼마의 경비를 절약했는지 모르나 우리는 하나의 온기를 잃었다. 

올 연말 인사철에도 예외 없이 임원을 달고 있던 선배들이 불시에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제 한참 일할 50대 초반이지만 대한민국에서 50대가 일할 수 있는 기업의 수는 많지 않다. 인간의 수명은 드라마틱하게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 정년이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조직개편이라는 명분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50대 전후 인력들을 정리하는 동안 이들의 축적된 노하우는 소리 없이 사장돼가는 듯 보였다. 

필자가 비상임이사로 있는 모 기관의 이사장께서 개인 신변의 이유로 갑자기 사임하셨다. 2018년 사업을 심도 있게 논의한 뒤 2주 만에 일어난 일이라 의아했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이 정식 인사도 없이 사라지듯 기관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정부 인사에 대한 정리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이라면 씁쓸한 일이다. 

운전 중 우연히 눈에 들어왔던 광고판 문장이 생각난다. ‘무엇이 중헌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놀라운 기술도,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도,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적폐청산도, 사람 중심의 결정과 절차가 빠져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빨리빨리’라는 모토 아래 우리 경제는 선진국을 모방하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전략의 중심에는 1등 주의 경쟁에만 숙달된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이 있었다. 그 결과 우리는 10위권 경제 대국이라는 국가 위상을 이룩해냈으며 동시에 40분마다 1명이 자살하는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의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지난 1995년부터 2015년까지 5년 주기로 측정한 OECD의 ‘사회통합지수(Social Integration Index)’를 보면 한국은 30개 회원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또 2016년 OECD 34개국을 대상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사회갈등지수(Social Conflict Index)’에서 우리나라는 멕시코·터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서울경제 1월 29일자)

소견)‘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혼자서는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제 더 멀리 가기 위해 같이 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간 중심의 상호 존중과 합의가 담긴 국가, 사회시스템을 재설계해나가야 할 것이다. 전적으로 동감하며 그렇게 되기를 학수고대합니다.





by 이남은 2018. 1. 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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