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 세 명과 함께 엷은 분홍색으로 시작하여 날마다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 산에 흠뻑 젖어보고 싶어 제천 수산 괴곡성벽길 산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글쎄 3주전에 모 식당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정확한 날짜와 각기 분담업무(?)까지 배정했다. 한 친구는 김밥을, 또 어떤 친구는 약간의 주류를, 또 어떤 친구는 다과를 ,나는 음주를 못하는 불행(?) 때문에 차량을 맡았다. 그리고는 그날의 즐거운 산행을 위하여 건배까지 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일로 인해 나는 그 사실을 깜박 잊고 말았다. 마침 그날이 되었는데 친구 3명은 각자 맡는 일을 준비해서 약속장소에 정확히 나왔다. 그리고는 나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5분이 지나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자 급해진 친구 한명이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자 "야, 왜 안와?"라고 다그친다. 내가 "어딜?"하고 물으니 그 친구는 "아니, 오늘 산에 가기로 했잖아?"하며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한다. 그제야 나는 '아차, 그랬었지?'하며 순간 약속한 일이 생각났다. "어어, 그래. 미안해, 미안해, 곧장 갈께"하며 옷도 대충 입고 급히 차를 몰고 약속장소로 가서 그 날 대행사(?)를 간신히 치렀다.

참으로 미안하기 그지없다. 하루 내내 겉으로는 웃음을 짓고 즐거워했지만 내내 편치는 못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약속은 신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왜 그때 스마트폰에라도 메모했더라면 이런 실수는 없었을 걸 하면서 말이다.

(중부매일 10월 27일 내용 일부)

소견)메모는 제2의 두뇌요, 삶의 경쟁력의 가장 근간이 되는 인간관계의 핵이다.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저는 메모 덕택에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습니다.

by 이남은 2020. 11. 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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