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근무 3년차의 엘리트 사원 김대리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팀장에게 입을 열었다.“팀장님, 이번에는 X부품의 납품을 A기업으로 바꿔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항상 골칫거리 아니었습니까? A기업의 부품은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최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팀장님, 이번에 상부의 결재를 받아 나가셨으면 합니다. 저도 힘껏 뛰겠습니다.”
하지만 팀장은 입맛을 다시며 난색을 표했다.

“김대리, 자네의 충정은 잘 알겠네. 하지만 지금까지 납품하는 업체의 사장은 창업자인 전 회장님의 조카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않나? 음, 음, 그런대로 덮어두게나.” 

오래 전부터 있음직한 팀장과 젊은 사원이 나누는 대화의 한 장면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아예 부딪히지도 않는 것 같다. 모두 눈치가 빠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족벌기업에 하도급을 몰아주는 것, 이른바 ‘족벌하청’에 대해 웬만한 월급쟁이 CEO도 가타부타할 처지가 못 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젊은 직원들을 향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이 되라고 떠드는 것이 허황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창조와 도전은 순전히 대외선전용일 때가 많다. 젊은이들은 묵묵히 고개 숙인 채 일하는 척하고 있을 뿐이다. 윤리경영을 직원들에게는 외치면서 회사차원에서는 투명경영을 하지 않은 경우도 왕왕 있다. 비자금, 분식회계 등으로 매번 검찰에 오가는 대기업의 CEO들을 보면 젊은이들을 보기에 민망하기까지 하다. 

또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등도 사실 어제만의 일이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재료비 인상 명목의 지원에서부터 납품대금 결제방식 변경, 고가의 수의 계약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오너가의 호주머니만 채우는 계열사를 지원한다.
 
그래서 이른바 ‘족벌하청’ 척결과 ‘일감 몰아주기’ 극복이 정부의 지원에 앞서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건강하고 공정한 경쟁시스템의 정착이 먼저다. 이게 공정경제의 한 모습이다. 그래야 ‘시장’이 원만하게 작동한다. 도요타 렉서스의 요시다 모리타카 수석 엔지니어는 부품업체와의 관례를 이렇게 정리했다. 

“부품업체에 1000엔짜리 부품을 800엔에 만들어 오라고 말하는 것은 원가절감이 아니다. 적정 대가를 주고 부품 수를 줄일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부품업체 이익을 완성차 회사가 빼앗는 것이다” 

오늘의 도요타가 우뚝 선 배경에는 덴소라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덴소는 GM의 델파이, 포드의 비스테온, 독일의 보쉬와 같은 도요타의 부품기업이다.

(브릿지 칼럼 4월 14일자)

소견)도요타 자동차를 뜯어보면 덴소부품 비율이 20% 이상이다. PC에 ‘인텔 인사이드’ 마크가 붙어 있는 것처럼 도요타 자동차에는 ‘덴소 인사이드’ 마크를 붙일 만하다. 하지만 덴소의 매출을 보면 도요타 비중은 절반 정도다. 나머지는 도요타의 경쟁사인 혼다, 스즈키, 미츠비시다. 이처럼 덴소는 자주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상생하려면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이 받아들여지는 당당하고 창조적인 기업문화가 자리 잡혀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배워야 할 메시지다.

 

by 이남은 2019. 4. 1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