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자그마치 스물한 차례 등장했다. 그로부터 13일 후, 이정동(52)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에 발탁됐다. 경제과학특보는 전례가 없던 직책이다. 문 대통령은 이 특보에게 혁신성장에 관해 자문하기 위해 이 자리를 신설했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성과 식견을 바탕으로 혁신성장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소개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혁신성장은 그간 ‘구체성이 없다’고 박한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손꼽히는 기술정책·혁신경제 전문가인 이 특보의 발탁은 적잖은 화제가 됐다. 이 특보는 한국 산업계에 ‘축적’ 개념을 설파해 유명세를 탔다. 혁신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에서 축적된 고도의 경험지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게 이 특보의 지론이다. 그래야 비로소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는 ‘개념설계(Concept Design)’ 역량을 갖출 수 있다. 한국 산업은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구글은 기업가치가 크지만 막상 월스트리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미국 경제가 겉으로는 ‘반짝반짝한’ IT(정보기술) 기업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강력한 제조업들이 숨어 있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가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가 미국 경제의 중심입니다. 서비스업이 무용하다는 건 아닙니다. 제조업이 경시된 상태에서의 서비스업 육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쓰고자 하는 사람과 조직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평생학습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도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기술혁신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신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문제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대학 졸업하고 나서부터 80세까지의 기간이 중요해요. (하지만) 지금 정부 부처에 평생학습 정책이 사실은 비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대부분 복지 문제로 접근하죠. 산업을 업그레이드하려면 사람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그런 노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신동아 2019년 5월호 내용 일부)

소견)혁신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에서 축적된 고도의 경험지식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게 이 특보의 지론이다. 그래야 비로소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정의하는 ‘개념설계(Concept Design)’ 역량을 갖출 수 있다. 한국 산업은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해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라는 데 적극 동감입니다.

by 이남은 2019. 4. 30. 00:31